도전과 응전 – 뉴미연의 과거, 현재, 미래

심병효교수

심병효교수

창조적 파괴?

창조적 파괴 (creative destruction)란 개념을 만든 사람은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 (Joseph schumpeter)입니다. 그는 자본주의의 원동력을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가 정신’에서 찾았습니다. 기업가 정신이라 함은 불확실한 환경에서 위험부담을 안고 창조적 파괴활동을 하는 도전적 정신을 일컫습니다. 20세기 초기의 주류 경제학자들은 시간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는 정적인 상황에서의 수요와 공급, 비교우위 등을 주요한 경제 원리로 파악했음에 비해 슘페터는 역동적인 창조와 변화를 자본주의 발전의 원동력으로 보았습니다. 그의 이론은 당대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근래 정보기술의 발달, 인터넷의 혁명과 함께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으며, 경제학 외에도 공학, 사회과학 등 여러 영역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도전과 창조적 파괴

19세기까지 말과 마차는 인류의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철도와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말과 마차는 비효율적인 수단이 되었습니다. 마차를 끄는 말의 수를 늘리고 마차의 성능을 개량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기차와 자동차라는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었습니다. 70년대 전자계산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 그 당시 계산도구로 많이 쓰이던 주판을 만드는 회사들은 계산기의 도전에 대한 응전으로, 주판의 무게를 줄이고 주판알이 가볍게 튕겨지게 하는 방식의 변화를 시도하였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 주변에서 주판을 쓰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외에도 무선호출기, 아날로그 카메라, 워크맨 등 혁신의 흐름에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예는 무수히 많습니다. 아마도 창조적 파괴의 핵심은 관성적인 대응, 점진적인 개량이 아니라 대담한 발상, 창의적인 도전,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 – 지난 이십년

20년전 뉴미디어의 선배 교수님들은 척박한 환경에서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를 설립해서 이동통신, 신호처리 등의 정보기술의 연구를 시작하셨습니다. 무(無)에서의 가장 큰 창조적 파괴는 유(有)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선배 교수님들의 열정과 노력 덕택에 불과 20년 정도의 짧은 시기에 한국은 정보기술 불모지에서 세계적인 IT강국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습니다. 정보기술은 인적자원 외에는 아무런 자원이 없는 대한민국이 국제경쟁력을 갖춘 선진공업국으로 도약하는데 큰 공헌을 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선배님들의 도전적인 기업가정신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근래 이러한 도전정신은 다소 쇠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 없이 우리나라의 최고 학부라 할 수 있는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학부생의 대학원 진학률의 저하, 모험과 도전보다는 의전원, 로스쿨 등 쉽게 안주할 수 있는 곳으로의 도피, 연구인력의 감소, 창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 한 달 정도의 짧은 기간이지만 다소 걱정스러운 시그널들을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러 요인이 있겠습니다만 확실한 것은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의 거센 추격이 위협적인 현실에서 피할 수 없는 냉엄한 도전의 시기를 맞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대한민국 정보기술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양질의 인적자원을 키워내는 사명을 가진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로서는 다시금 역동적인 변화, 즉 창조적 파괴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 – 앞으로 이십년

구석기시대 유럽과 아시아를 장악했던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보다 몸집과 눈이 크고 다부진 체격을 가졌으며 사냥에 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빙하기가 닥쳤을 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이에 반해 크로마뇽인은 네안데르탈인이 갖추지 못한 창의성과 적응력, 그리고 협동 능력을 갖추었습니다. 이 차이가 그들의 운명을 갈랐습니다. 크로마뇽인은 사냥과 채집, 농경 등 생존을 영위하기 위한 여러 활동에서 협력하였습니다.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는 위기상황에서 협동 능력은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 이었으며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한 의사소통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달했습니다.

지금까지의 기술의 진보는 주로 개별적인 요소기술의 최적화에 초점이 맞추어 졌음에 비해 인터넷 사회가 요구하는 기술의 시대정신은 개별적인 기술의 통합, 유기적 협력 및 융합, 통섭 등이 아닐까 싶습니다.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의 선배 교수님들과 같이 소통, 협력하며 이러한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즐겁게 도전하고 싶습니다. 20년 후 제가 만날 후배교수에게 자랑스럽게 40년 전 선배 교수님들이 했던 도전과 응전, 그리고 20년 전에 제가 했던 도전과 응전을 얘기할 수 있도록 오늘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에서 즐거운 도전을 시작하겠습니다.@prof. 심병효, New Media and Communications Newsletter 2014. 09